신문, 잡지 등에 출판된 일반인을 위한 건강관련 정보입니다.

00. 환자중심의학

Views 167 Votes 0 2011.10.16 18:00:26

환자중심의학(Patient Centred Medicine)


이 환자 LDL 정말 안떨어 지네. Augmentin Amoxicillin보다 좋을 것 같은데. Lisinopril썼다가 기침나면  어차리 바꿀텐데 처음부터 Norvasc로 가지.  뭐 약이라도 하나 줘야 할텐데 뭐 득도 실도 없는약 없나? 정말로 환자가 좋아지긴 좋아지나?  이 환자는 내가 해주는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병원에 자주 오나?  아티반을 줄창 달아먹는 이 환자를 어떻게 우리병원에서 떼어내어 버릴까?  진료비 본인부담을 안내겠다고 자꾸 처방만 그냥 써달라는 옆집가게 아저씨는 얄밉네.  요즈음 병원수입이 왜 이모양인가?  본인이 원한다는데 알부민이나 한대 놔주고 한 200불 받아버릴까?


위와 같은 문제는 매일매일 환자를 보면서 부닥치는 일이고,  항상 나를 괴롭히는 질문들이기도 하였습니다.   혹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 되새겨보기도 하고, 사회정의에 앞장서는 선배의사들의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Harrison이나 Cecil의 첫 페이지를 떠들어 보기도 하여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캐나다에서 가정의가 되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이런 문제들이 잘 풀려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의사로서의 연륜이 쌓이면서 생긴 지혜가 아니라 제가 그렇게 교육받았기 때문이었음을 알게됩니다.


캐나다에서 가정의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은 환자중심의학을 실천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환자중심의학이 수련과정에서 중심 이념이 됩니다.  이념이 일상 진료에서 구현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가정의가 되지 못하게 하는 확실한 장치를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캐나다 가정의 전문의 시험의 일부는 SOO(Simulated Office Oral)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5명의 모의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 시험을 통해 환자중심의학이 일상 진료에서 구현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캐나다에서는 가정의학 전문의가 될 수 없습니다.


환자중심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은 의사가 환자가 경험하는 illness를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병과 관련되어 환자가 느끼는 feeling을 이해하여야 하고,  환자의 질병설명모델, 즉 환자의 idea를 이해하여야하며, 질병이 환자의 일상생활, function,에 미치는 어려움을 이해하여야 하며, 환자가 의사가 무엇을 해주기를 원하는지(expectation)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영어단어의 앞머리 글자를 따서 FIFE라고 하는데,  캐나다 가정의학 수련과정에서는  ‘Have you FIFEd the patient?’라는 말을 쓸 정도로 이 개념을 중요시합니다.  Chart audit시간에는 칠판에 FIFE라고 적어 놓고 진료과정에서 이 모든 내용이 충족되었나를 점검합니다.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서 이제 나도 늙는구나’, ‘글루코사민 을 먹으면 덜 아파지겠지.’ ‘이제 이층 방에 올라가기가 힘들다.’ , ‘오늘 엑스레이 찍고 주사 한 대 맞고 가야지.’라는 반응을 이끌어내었다면 이것이 바로 환자의 Felling,  Idea, Function, 그리고 Expectation을 도츨해냈다고 할 수 있는것입니다. 이 이해의 기반위에서 환자와 의사가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의사결정에 이르게 되면,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환자에게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옵니다. 의사도 더 만족스럽게 되지요.


저는 글의 첫머리에 예를 것과 같은 문제에 닥칠때마다 FIFE 생각하고,  그러면 고민이 쉽게 해결됨을 경험합니다.  환자중심의학이라는것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있겠으나, 제가 오늘 여기에 소개한 것은 캐나다의 University of Western Ontario에서 개발한 개념입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때Patient-centered medicine: transforming the clinical method 라는 책의 초판을 의국에 사 놓았는데, 아마 아직 서가의 한구석에 남아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2판이 2003년에 나왔습니다.  http://www.cfpc.ca/SOOs/ 가서 비디오 클립을 감상하면서 환자중심의학이 가정의 전문의 시험에서 어떤 방법으로 평가되는지 한 번 보십시요.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가정의 되기 위해서 이런 것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지도 모르겠습니다.  황당한 나라로구나 하면서 재미삼아 보셔도 좋을 것입니다.

 

이제 FIFE의 질문을 영어로 직접 말해보라고요? 캐나다 가정의들은 생각보다 직설적인 표현을  많이 쓰더군요.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How do you feel about your illness?,  Why do you think it is happening?/ What is your thought about that?/How do you explain what you’re experiencing  now?,  How does it affect your daily function?/How does it affect your life?, What do you expect me doing for you today?/what is your expectation for this visit?. 혹 캐나다 가정의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외워두어야 할 문장들입니다.

 

변재준,  October  2011

List of Articles
Subject Date
0. 커뮤니티 헬스센터 소개 file Jan 19, 2010
00. 환자중심의학 Oct 16, 2011
1. 술의 과학 file Jan 03, 2010
2. 소변의 과학여행 file Jan 07, 2010
3. 침(saliva,唾液) 이야기 file Jan 07, 2010
30. 주사가 최고다? file Jan 07, 2010
31. 담배 끊는 약 file Jan 05, 2010
32. 종합감기약 file Jan 07, 2010
33.. 약은 꼭 식후에 먹어야 하는가? file Jan 05, 2010
34. 약의 보관 file Jan 07, 2010